지난 11월 15일 월요일 베이징 증권 거래소北京证券交易所가 개장되었습니다. 1990년에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가 문을 열었고 31년만에 새로 거래소가 생겼습니다. 베이징 거래소 상장 종목에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상하이 커촹반이나 선전 촹예반이 그러는 것처럼 소액투자자나 외국인의 접근을 막아놨기 때문입니다.

베이징 거래소는 베이징 중심가인 시청구의 진룽다졔 금융거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외국계 금융사들도 베이징 본부를 거의 금융거리에 두고 있습니다. 베이징거래소가 들어와 있는 건물은 진양따샤, 금양빌딩이라는 건물인데 공교롭게도 이 건물에 베이징 증권감독국도 같이 입주해 있습니다. 당국이 증권거래소 중국 금융시장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베이징 거래소를 열면서 내건 목표는 우수한 중소기업들에게 조금 더 쉽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불려온 선전거래소 촹예반 영어로는 차이넥스트가 있고, 상하이거래소에는 커촹반, 스타보드가 있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다는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의존하다가 이자비용 때문에 사업도 제대로 못 키우고 하니까 직접 투자자들을 만나서 자금을 조달하는 이런 취지는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중소 기업들이 촹예반이나 커촹반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건 이유가 명확합니다. 그 이유는 상장 심사가 너무 엄격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중국판 나스닥들은 다른 메인보드들과는 달리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로 하고 있습니다.
메인보드 즉, 본토에 상장하려면 금융 당국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중국판 나스닥의 촹예반이나 커촹반에 가려면 몇 개의 요건만 충족하면 상장 등록해서 상장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장 등록 요건에 분명이 이익을 못 내더라도 적자를 보더라도 유망한 기술을 갖추고 있고 미래 실적 전망이 좋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 실제로는 최근 사업연도의 작년 순이익이 5000만위안 이상의 기준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유망 기술기업들은 그동안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미국이나 홍콩 증시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통제를 기본으로 하는 중국금융당국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자기업을 상장시켰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면 책임을 누가 지는지 책임 문제도 분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베이징거래소도 그래서 등록제를 내세우긴 했는데 실제로는 허가제처럼 운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당국이 내세운 우수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목표는 아마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베이징 거래소가 문을 연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상하이시가 경제분야에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음모론적 시각에서는 상하이나 선전 같이 남쪽에 집중된 금융 권력을 베이징으로 옮겨오겠다는 시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상하이방이라고 불리는 정치세력이 시진핑 시대에 와해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아직도 영향력을 굉장히 갖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매체 중에 디이차이징 第一财经, 제일재경이라는 국유 매체가 있습니다. 정부의 실정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않습니다. 각종 지표나 데이터들을 깊이 있게 분석해서 경제 부문에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런데 이 제일재경의 지분 62%를 가진 최대주주가 상하이시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28%는 바로 알리바바가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 알리바바와 상하이로 대표되는 중국 남부 정치권력들과의 관계가 여전히 끈끈하다.
세 번째, 상하이가 갖고 있는 경제 권력을 견제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베이징 거래소를 개방한 이유는, 중국이 틈 날 대 마다 시장 개방을 외치고 있는데 지금처럼 돈이 들어올 땐 쉽게 들어오지만 나갈 때는 맘대로 안된다는 식의 정책을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국은 세계 무역 흑자 국가이고 달러가 엄청나게 들어옵니다. 돈이 계속 들어오는데 밖으로 나가는 건 통제합니다. 중국 부자들은 벌어놓은 돈을 어떻게 외국에 옮겨 놓는가가 고민인데 반대로 중국 정부는 당연히 이걸 막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고, 비트코인을 불법화한 이유도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결국 자국 국민들이 돈을 투자할 데를 열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집값을 잡는다고 하니 부동산은 투자할 대상이 안되고 있어서 증권거래소라도 열어서 시중자금이 갈 곳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9년 커촹반이 연 이후 자금이 대거 몰렸고 커촹반 상장 주식들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베이징거래소 상장 주식들 주가도 상당히 오를 전망입니다. 증시가 활황세가 되면 일단 성공이라는 평가는 나올테니 목적도 달성했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거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자금조달 우려가 컸던 일부 중소기업들은 베이징 거래소를 통해 자금조달의 숨통이 트이기도 할 전망입니다.
중국 정부가 해외 상장을 억제하는 채찍과 동시에 새로운 거래소 상장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혁신중소기업과 자본가들을 연결해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국에 있는 투자자들은 당분간 베이징 거래소 종목들에 직접 투자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하지만 상하이 커촹반에서 그랬던 것처럼 머지않아 베이징거래소 주요 종목들을 묶은 지수가 나오고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나올 것입니다.